“봉헌생활은 서원을 통하여 또는 그 고유한 특성에서 서원과 비슷한 다른 거룩한 결연을 통하여 세 가지 복음적 권고, 즉 정결, 청빈, 순명의 의무를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의 고정된 생활 형태를 가리킨다.”(교회헌장 44항, 교회법전 제573–575조 참조) 이러한 생활 형태를 가리키는 라틴어 ‘vita consacrata’는 ‘봉헌생활’ 혹은 ‘축성생활’로 번역된다. ‘축성생활자의 신분은 성직자나 평신도의 중간이 아니라,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이자 예수님께 동화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교회론과 교회법전에 의하면, 성직자도 평신도도 축성생활자이다.
수도회는 축성생활을 하는 공동체의 대표적 유형이지만, 그 외에도 축성생활의 모습은 오늘날 다양하다. 왜냐하면,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재속회와 은수생활, 동정녀회, 사도생활단 등을 모두 축성생활에 포함했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재속회’(在俗會, Istituto secolare)는 세속에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 헌신하는 공동체다. 다시 말해 재속회의 핵심은 ‘축성과 재속성(Consacrazione e Secolarità)’이다. 수도회원은 각 장상으로부터 소임을 받아 이를 실현하지만, 재속회원은 각자의 직업을 갖거나 사도직 활동을 한다. 또한 정결, 청빈, 순명의 의무를 가지며 공동생활을 하기도 한다. 간혹 각 수도회의 ‘제3회’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제3회는 세속에서 해당 수도회의 정신에 동참해 그 영성을 따라 완덕의 삶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모임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보편교회 안에서, 특히 한국교회에서 다양한 재속회가 늘어 났다. 하지만, ‘재속회’에 대한 신학은 보편교회와 한국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재속회에 대한 몰이해와 애매함이 존재한다. 이는 당연히 재속회원을 위한 정체성과 양성에 대한 가난을 가져온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수도회를 중심으로 ‘재속회의 축성생활’을 위한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은 재속회원으로 살면서 늘 있었고, 오늘날 재속회원의 현실적인 물음이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한국 교회의 관심과 해결 방안에 대한 다양한 나눔이 있기를 기대한다.
박상욱, "다시 만나는 은총의 자리, 축성생활", 영성생활(70호), 2025년 가을호.
대학에서 임상연계 IPE 사례: 의예과, 간호학과, 약학과
오늘 강연은 의료현장에서 점점 더 요구되고 있는‘연대의 돌봄’을 어떻게 대학 교육 속에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합니다.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환자의 문제는 복잡해지며, 각 전문직의 역할은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우리의 시선은 다시 인간의 돌봄이라는 본성적 과제, 그리고 서로를 향한 신뢰와‘협력(collaboration)’이라는 공 동의 책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연대(solidarity)’는 단순한 윤리적 덕목을 넘어, 의료전문직 교육 전체를 지 탱하는 핵심 원리로 제기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먼저“연대에 대한 철학적·신학적·교육적 성찰”을 시도합니다. 다음으로,“대구가톨릭대학에서 임상연계 IPE의 사례: 의예과, 간호학과, 약학과의 사례”를 통해서, 연대의 교육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특히,“협력과 연대의 원천 : 한국인의 공동체성”은 IPE 교육이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정서적·문화적 자원이 됩니다. 따라서, 오늘 강연의 성찰은 의료전문직 간의 전체 연대를 이끌어 내는 씨앗이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본“연대에 대한 철학·신학·교육적 성찰”과“대학에서 임상연계 IPE의 실제 사례”는 의료교육의 방향이 단순한 지식·기술 전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합니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관계적이고 협력적인 실천이며, 이러한 실천을 지탱하는 가치가 바로‘연대’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매킨타이어의 덕윤리와 가톨릭 사회교리, 그리고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인재상 모두 같은 목적을 향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올바른 의료인은 타인과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이며, 전문성의 목적은 자기 완성이 아니라 공동체의 선을 위한 봉 사로 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인의 공동체성은 IPE를 위한 풍부한 문화적 자양분이 됩니다.
끝으로, 대학에서 임상연계 IPE 사례는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한 환자, 곧 한 인격(사람) 앞에서 서로의 역 할을 존중하며 협력합니다. 이때 그들은 수업 교재나 강의에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통찰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교육 기법이 아니라, 의료전문직의 문화를 바꾸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박상욱, "대학에서 임상연계 IPE 사례: 의예과, 간호학과, 약학과", 2025년 대구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추계 학술대회, 2025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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